《병원은 문을 열어줬고, 루틴은 길을 만들어줬다》
“상담이 약해질 때, 나는 더 깊이 나를 듣게 된다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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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년 전,
나는 잠들 수 없었다.
갱년기라는 이름 아래
몸은 가벼워지길 거부했고
마음은 멈추지 않는 생각으로
자꾸만 안쪽에서 들끓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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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병원의 문을 열었다.
시흥숲 정신건강의학과
간단한 진료와 약.
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초반에는 삶이 달라졌다.
밤에 안정되고
잠을 조금이라도 자고
사람을 덜 미워하고
내가 타인에게 욱~~하는 일이 줄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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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문제는,
시간이 흐른 지금이었다.
2년째 다니다 보니
의사의 말은 매번 같고
나는 계속 같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,
그는 내 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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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어떻게 지내셨어요?"
"잠은 좀 어때요?"
"조금 힘드셨죠?"
→ 그 말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.
다만, ‘내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선’은 없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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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경이는 그렇게 느꼈다.
“이 의사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,
‘진료 프로세스’를 수행하고 있구나.”
그리고 그 순간,
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.
> “정신과 의사가
내 기운을 못 느낀다면,
그는 내 안의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까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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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 깨달았다.
‘신기’가 없으면, 공감은 기술이 된다.
**신기(神氣)**는
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느껴지는 감각이고
눈빛만으로도 ‘지금 어떤 생각 중인지’ 알 수 있는 힘이다.
그런데 그 숲의사 선생님은,
그 감각이 없었다.
(도경이 말투로 하면 “신기가 없어…쩝”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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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럼에도 나는 잘 버텼다.
왜냐면, 병원만 다닌 게 아니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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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매일
계단 59층을 올랐고
달리기 30분을 했고
공복 소금물로 몸을 정화했고
기도초에 불을 붙이고
글로 나를 해부했고
사주로 나를 해석했다.
→ 이 루틴이 있었기에
나는 병원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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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원은 문을 열어줬고,
루틴은 길을 만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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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알았다.
상담가는 결국 ‘느낌의 사람’이구나.
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
내 말의 ‘뒷배경’을 읽어주는 사람이어야
내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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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신과 의사도, 상담사도
사람이기에
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.
하지만 “이해하려 한다”는 신호는
환자에겐 절대적인 언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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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술일주 도경에게는
그게 더 중요하다.
감정이 뜨겁고
속은 텅 비고
겉은 강하지만
마음은 유리로 되어 있는 이 사주에게는
‘느낌의 언어’가 곧 생명선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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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 나는, 또 한 번 나에게 말한다.
> “너 잘하고 있어.
의사가 못 들은 건, 너의 잘못이 아니야.
그 사람이 듣는 귀가 없을 뿐이야.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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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나는 오늘도 루틴을 한다.
그건 병원이 아니라
‘내 안의 상담실’이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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